임금차별에 오이를 집어던진 원숭이와 김현수의 115억

원숭이도 차별하면 화를 낸다. 유명한 영장류 연구학자인 프란스 드발(Frans B. M. de Waal)박사와 미국 조지아주 에모리대학의 사라 브로스넌(Sarah F. Brosnan) 교수팀이 원숭이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알려진 사실이다.

프란스 드발 박사는 ‘동물들의 도덕적 행동’이라는 TED 강연에서 카푸친 원숭이를 대상으로 했던 흥미로운 실험을 소개했다. 함께 자라서 서로를 잘 아는 원숭이 두 마리를 잘 보이지만 칸막이로 분리된 우리에 넣어두고 돌멩이를 건네줬다가 다시 돌려주는 원숭이에게 보상으로 오이를 주는 실험이다.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돌멩이를 건네는 것에 대한 보상으로 오이를 주다가 한 마리에게 오이대신 포도를 주고 다른 한 마리에게는 하던 대로 오이를 줬더니 오이를 받은 원숭이가 항의라도 하는 듯 오이를 집어 던져버렸다. 실험에 나왔던 원숭이 두 마리는 평소 오이를 잘 먹었다.

이 실험은 2003년 네이처에 실린 논문 ‘원숭이들이 불평등한 보수를 거부하다(Monkeys reject unequal pay)의 한 내용으로 프란스 드발 교수는 이 실험을 월가 시위와 비교하기도 했다.

요지는 오이만 먹고 불평등을 겪는 원숭이만 긴장과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아니라, 포도를 받은 원숭이도 마찬가지로 힘든 상황에 놓인다는 것이고, 이는 월 가에서 막대한 인센티브와 금융자본과 금융 산업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사람들도 심적 부담이 상당하다는 것과 연관 된다는 거다.

드발 교수는 이런 인식이 인류와 침팬지의 조상이 갈라지기 훨씬 전부터 뇌에 입력돼 있으며 “뇌의 매우 오래 된 부분이 도덕적 결정에 관여 한다”는 신경학적 증거로 입증된다고 밝혔다.

같이 원숭이 실험을 진행했던 사라 브로스넌 박사는 “욕심이나 가난 등이 아닌 ‘차별’에 대한 불만이 분노를 유발 한다”면서 인간의 경우도 다를 것이 없다고 말했다.

김현수 선수가 115억 원에 LG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우선 김현수 선수에게 축하의 뜻을 전한다. 그리고 뜻한 것은 아니지만 김 선수를 폄하하는 내용이 약간 가미되어 있으므로 미안하다는 뜻도 함께 전한다.

115억! 억만 해도 ‘억’ 소리가 나올 판에 억이 115개이니 엄청난 액수다. 김현수 선수의 10시즌 통산 타율은 3할1푼 8리이고, 홈런은 142개이다. 가장 최근의 성적인 2015년엔 141경기에서 타율 3할2푼6리에 28개의 홈런을 쳤다.

올 시즌엔 3할 타자만 40명에 이를 정도로 타고투저가 심하긴 했지만, 비슷한 성적을 낸 다른 선수들과는 허허로워서 연봉을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격차가 심하다.

김현수의 115억은 오이가 아닌 포도

김현수 선수가 타격기계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타격에는 재능이 있는 선수임에는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비슷한 다른 선수와 엄청나게 실력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약간의 차이인데 그 약간의 차이가 엄청난 소득불균형을 가져왔다. 이들의 차이점은 성공여부와는 별도로 한 시즌이라도 미국에서 활동했느냐의 차이뿐이다.

LG 구단주로서 김현수와의 FA계약을 주도한 양상문 단장의 “김현수가 미국에서 받던 연봉이 있지 않나”라는 발언이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 한다. 양 단장은 원숭이 실험을 했던 드발 교수나 브로스넌 박사의 발언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LG는 김현수에게 오이대신 포도를 줬다.

한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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