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영화음악(4) 영화 졸업OST The Sound Of Silence 외

저 하늘을 수놓은 별만큼이나 많고 많은 추억을 남겨 두고 떠나야만 하나요. 이젠 졸업인가요. 아~ 이대로 남고 싶어요. 이제 막 친구와 정들고 배움의 즐거움 알게 됐는데 조금만 더 다니면 안 되나요. 며칠만이라도 선생님. 꿈과 희망 몇 조각 더 담고 싶어요. 정성 다해 후배를 돌보겠어요. 그렇지만 이대로 정말 가야 한다면 다시 먼 훗날 찾아올게요.

-정윤환 ‘졸업’

졸업시즌이 머지않았다. 아마 지금쯤 “졸업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입니다”로 시작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그와 비슷한 내용으로 축사를 준비하는 교장선생님들이 있지 않을까? 아직은 이른가? 아님 말고~^^.

내가 사는 집 인근에는 초등학교 너덧 개, 중학교 서너 개, 고등학교 두어 개가 있고, 덤으로 큰 도서관 하나와 군부대도 하나 있다. 도서관과 군부대 사이에는 동산이라 부르기엔 많이 부족해 보이는 야트막한 동산이 있는데, 그곳에는 갖가지 산나물이며 들나물이 많아서 수시로 그곳을 찾는다. 잘 봐뒀다가 때가되면 채취해야하기 때문이다.

동산에서 아래를 보면 학교 운동장이 잘 보인다. 요즘은 공을 차는 아이들만 보이지만, 겨울방학이 끝나면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운동장에서 졸업식 연습을 하는 학생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작년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런 때가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 우울해 하기도 했었다. 저만한 때의 나는 어디로 가고 지금 나이든 모습으로 여기 서있는 나는 누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까닭이다… 꿀꿀한 이야기는 그만하고,

해마다 졸업하면 생각나는 영화는 더스틴 호프먼이 주연한 ‘졸업’이다. 정확히 말하면 영화 ‘졸업’이 생각 난다기 보단 영화OST가 생각난다. ‘졸업’은 걸작영화를 꼽을 때 ‘대부’와 함께 항상 상위권으로 거론되는 영화로 찰스 웨브(Charles Webb)의 장편소설을 1967년 마이크 니컬스(Mike Nichols) 감독이 만든 것이다. 주인공이 여자친구의 엄마와 불륜을 하는 장면이 담긴 영화포스트는 꽤나 유명하다.

영화 졸업
주인공 벤저민이 로빈슨 부인과 호텔에서 밀회를 가진 뒤 다음날 떠날 준비를 하는 장면을 캡쳐한 포스트로, 역대 미국 영화 포스터 걸작 중 하나로 꼽힌다.

‘졸업’이 워낙 유명한 영화이고 뒷이야기도 무성하지만 내가 영화광도 아니고 무성한 뒷이야기라고 해봐야 모두들 알만한 이야기라 덧붙일 말이 없지만, 영화에 삽입된 영화음악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20세기 최고의 듀엣이라는 폴 사이먼(Paul Simon)과 아트 가펑클(Art Garfunkel)! 이들이 부른 노래들이 영화 ‘졸업’에 삽입되어 큰 사랑을 받았는데, 이들의 대표곡 The Sound Of Silence는 감미롭기가 솜사탕이다.

사이먼 앤 가펑클
고등학교 동창인 사이먼과 가펑클은 음악적 지향점이 달라 사이가 무척 좋지 않았다.

메탈 외에는 음악으로 쳐주지도 않았던 내가 우연히 들었던 The Sound Of Silence 때문에 포크 매니아가 되어버렸다. 사이먼과는 못생겼다는 점만 닮았던 내가 잠시 착각에 빠져 기타를 퉁기며 사이먼과 같은 창법으로 이 노래를 열심히 불렀던 기억이 생생하다. 나의 착각에는 사이먼과 똑같다며 꼬시는 친구들의 부추김이 큰 역할을 했다.

그때를 기억하면 따라오는 생각 하나는, 다들 경험이 있겠지만 당시 팝송으로 영어 공부하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이들 듀엣이 부른 곡은 가사들이 하나같이 난해하거나 너무 성의 없이 보인다는 거다.

내 오랜 친구, 어둠이여/자네랑 이야기하려고 또 왔다네/ 왜냐하면 내가 잠들어 있는 동안에/어떤 환상이/자기 씨를 심어놓았기 때문이지/ 내 뇌리에 깊이 박힌 그 환상은/아직도 여전히 침묵의 소리로 남아있다네 ··· -〈The Sound Of Silence〉 중에서-

무슨 말을 하려고 한 건지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도 이해 못하는 중이고. 때문에 영어공부하는데 지장이 상당히 많았다. 그래도 이건 좀 철학적 요소가 있어서 나은 편이다.

Scarborough Fair(스카브로의 추억)의 경우 파슬리, 세이지, 로즈마리, 다임(백리향) 등 꽃들 이름을 줄줄이 나열하기에 무슨 가사를 이렇게 붙였나 하는 생각을 했다. 성의가 없어도 심하게 없어서 영어가사였으니 망정이지 한글가사였으면 감정몰입에 꽤나 애를 먹었을 듯하다.^^

Scarborough Fair 듣기

그나저나 졸업생들은 쏟아지는데 세상은 갈수록 팍팍해지기만 하니 이 일을 우얄까 싶다. 그래도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봄이 오면 산나물이며 들나물들은 하자 없이 나오겠지? 올해는 쑥국을 많이 먹어야겠다.

한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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