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사고를 보며

오토바이

토요일 저녁 막내아들이 집에 왔다. 친구 생일파티에 참석한다는 것이다. 막내아들은 공주에서 출발할 때 꼭 전화를 한다. “아빠, 집에 있어야해”

나는 좀처럼 외부 출입을 안 하는 편이다. 가는 곳이라고 해봐야 카페와 편의점 그리고 교회가 전부이고, 따라서 만나는 사람은 카페와 편의점 사장 그리고 교회 분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사정을 잘 아는 아들이 매주 나에게 올 때마다 아빠를 찾는 것을 보면 그래도 이 아빠가 좋은 모양이다.

친구들과 생일파티를 끝내고 저녁 늦게 집에 들렀다가 공주로 가겠다고 해서 함께 택시를 타고 유성시외버스터미널로 향하였다. 버스터미널에 가까이 왔을 때 뭔가 어수선한 느낌이 들었다. 도로가에 그릇들이 쏟아져 있고 그 옆에 웬 남자가 사람들 속에 누워있는 것이 보였다. 오토바이와 차가 접촉사고를 낸 것이다.

나는 순간 가슴이 덜컹하는 것을 느꼈다. “아빠, 어디 사고 났어요?” “응. 그래, 사고가 있었던 모양이야!” 어둠속이라 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모르나 어떻게 터미널에 도착해 막내아들을 공주행버스에 태워 보내고 사고가 난 현장으로 걸어갔다. 어찌된 영문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내가 한때 오토바이로 음식을 배달하였던 터라 오토바이사고를 보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도착해보니 앰블런스가 남자를 싣고 있었고 차량운전수로 보이는 남자와 여자가 서로 흥분된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한 이년간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업에 종사한 적이 있었다. [참고, 중국집 배달부의 하루] 처음에는 사고의 두려움이 없었다. 그냥 달리는 즐거움뿐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오토바이 운전의 위험성을 깨닫게 되었다.

한번은 버스가 나를 못 봤는지 나를 오른쪽으로 밀어붙이는 바람에 인도 턱과 버스 사이에서 두려움에 떨던 순간이 있었다. 또 한 번은 영업용택시가 내가 운전하는 오토바이 앞에서 정지와 출발을 반복하는 바람에 당황한 적도 있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왜 오토바이를 위험하게 모냐고. 음식물을 싣고 나면 마음이 급해지는 데다가 악셀레이터를 당길 때마다 치고 나가는 오토바이의 매력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는 나뿐만 아니라 오토바이를 타본 사람들은 다 느끼는 쾌감이다. 특히 배달 오토바이는 더욱 그렇다.

그러다 보니 차 사이를 지그재그로 빠져나가고 신호등은 개무시하는 것이다. 꼭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를 달려 나가는 기분이랄까, 꼭 무엇에 홀린 것 같다. 그런 기분은 항상 오토바이를 타게 되면 느낀다. 그래서 사고도 잘 나는 것이다.

“오토바이를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버스가 나타나더니 냅다 박아버리고 사람들은 놀라서 비명을 지르고 누워서 온몸을 살피는데 다리가 아파오더라” 라거나 “오토바이는 저쪽에서 뒤집어져있고 병원에 가서 부러진 다리를 다시 접합하고 그래도 산 것이 다행”이라는 등 이런 일들은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에게는 일상적인 일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토바이를 과부오토바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사고는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에게는 무슨 훈장과도 같은 것이다.

나도 어느 겨울 저녁 대덕대학교에 음식을 배달하고 언덕배기를 내려오다가 브레이크를 살짝 밟았다가 미끄러져 십여 미터를 구른 적이 있었다. 사람들은 비명 지르고, 오토바이는 저쪽, 그릇 통은 이쪽, 정신을 차리고 일어서서 몸을 톡툭 쳐보니 몸은 상하지 않았길래 망연히 담배 한대 물고 서 있었던 적도 있었다.

물론 나도 오토바이가 겁이 난다. 그런데 이상하리만큼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순간은 꼭 말을 타고 달리는 전쟁영웅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오늘도 경찰차와 앰블런스, 사람들의 걱정하는 소리, 도로위의 음식물, 깨어진 그릇들 그리고 실려 가는 오토바이 운전자. 그 사고 현장을 쳐다보며 마음 한구석을 쓸어내린다. 지금은 오토바이를 타지 않지만, 삼십대 시절 말을 타듯 오토바이를 몰고 다녔던 입장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싶다는 누군가가 있다면 이런 말은 꼭 하고 싶다.

겨울철 내리막 빙판길에서 십여 미터를 넘어진 채 미끄러져봤고, 주위에 오토바이 사고를 당하는 것을 숱하게 보고도 겁을 먹지 않는 내가 트럭이 후진하면서 오토바이를 밀어붙였을 때는 멍해졌다고.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났다고. 오토바이는 커녕 자가용도 되도록 멀리하고 두발로 걷는 것이 제일이라고.

어찌 보면 그러한 두려움이 지금 나에게 안전이란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가르쳐준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실려 가는 저 젊은이에게 행운이 따르기를 기도해본다. 그는 퇴원하면 또 달릴 것이다. 그래서 오토바이는 과부 오토바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김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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