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길고양이
마당 한쪽에 늘 찾아오는 길고양이.

우리 집 마당 구석에는 쓰레기 더미가 있다. 이곳은 길고양이들이 항상 주시하는 곳으로써, 고양이들은 우리가 밖에만 나가면 금세 나타나 먹을 것이 있는지 찾는다. 그렇지만 먹을거리를 찾기보다는 허탕을 치는 때가 더 많은데, 그럴 때 돌아가는 그 뒷모습은 쓸쓸하고 안쓰럽다.

요즘 풍속도를 보면, 팔자 좋은 고양이는 주인을 집사로 거느리고 호가호식 하지만, 팔자가 드센 녀석은 주린 배를 움켜쥐며 겨울의 찬바람과도 싸우며 살아간다. 그렇게 보면 고양이 세계의 빈부격차란 인간세상의 그것과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몇 년 전, 우리 집에 길고양이 한 마리가 가끔씩 들리곤 했다. 우리는 가끔씩 뼈다귀, 멸치나 생선가시들을 마치 ‘잔치를 베풀어 주듯’ 내어 놓곤 했다. 고양이가 잘 먹는 모습을 보면 흐뭇했다. 그게 입소문이 났는가, 한 마리씩 꾸역꾸역 모여들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고양이가 귀엽다고 쓰다듬어주기도 하고 놀아주기도 했다. 학교에서 돌아와서도 먼저 고양이와 놀다가 들어오곤 했다. 그러다 아이들은 고양이에게 사료를 사다 주는 사이로 그 관계가 발전하였다. 나는 이웃과 척이라도 질까 염려되어 더 이상 먹을 것을 주지 말라고 했다.

현장 일을 하다가 알게 된 별명이 ‘고양이 아빠’인 분이 있다. 그분이 고양이 아빠라는 별명을 얻게 된 사연이 딱하다. 처음엔 한 마리를 거두어 키웠다고 하는데, 그 수가 점차 불어나 방 안에서 수십 마리가 되었고, 고양이 때문에 이웃과 크게 싸워 원수지간이 되면서 ‘고양이 아빠’라는 별명이 붙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인터넷으로 사료를 한 포대씩 구입해서는 감추어두고 몰래몰래 고양이에게 먹였고, 임신한 고양이에게는 무슨 캔 음식도 사다 바쳤다. 사료는 한 포대가 왜 그리 큰지. 아빠인 나에게는 과자 한 봉지도 인색했던 아이들이 고양이에게 하는 것을 생각하면 조금 서운하기도 했다.

급기야, 고양이는 한 마리에서 열 마리 정도로 불어났다. 퇴근하면 고양이가 여기저기에서 우르르 몰려나왔다. 새끼가 새끼를 낳고 그러더니 스무 마리 정도까지 불어났다. 아이들은 각자 이름까지 지어 불렀다. 어느 날에는 고양이에게 돌을 던졌다가 딸한테 야만인 취급을 당하기도 했다.

더 이상 안 되겠다 하여 생각한 것이 중성화 시술이었다. 시청 동물보호과에 연락을 하니 포획망을 가지고 왔다. 그 안에 참치 캔을 넣어서 유인하는데, 어떤 녀석은 바로 잡히지만 조심성 있는 녀석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요즘 환경부는 중성화 방법을, 기존의 정소와 난소를 제거하는 방식(TNR)에서 정관과 자궁의 통로를 차단하는 방식(TVHR)으로 바꾸어 시행하는 모양이다. 이는 영역확보본능과 생식본능이 유지되도록 하되, 고양이의 분포 밀도가 높아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중성화 시술을 해도 포획되지 않은 녀석이 새끼를 낳는 바람에 개체 수가 줄어들지 않았다. 그래서 냉정하지만 결국 극단의 조치를 취했다. 먹이를 주지 않는 것이었다. 지금은 우리 집에 상주하는 고양이는 없다. 다만, 쓰레기 더미 주변을 맴돌 뿐이다.

고양이가 늘어나는 만큼 불편도 있다. 동네에서 차를 운전하고 다니다 보면 고양이가 너무 많이 눈에 띈다. 안전 문제도 있고, 무엇보다 고양이는 배설물을 땅을 파고 묻는 습성이 있어 채소를 심어놓은 텃밭을 다 헤쳐 놓는다.

이제 고양이의 생명보호뿐만 아니라 고양이 복지 문제까지 거론하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나라 복지는 어디까지 확대될 것인가? 생명은 마땅히 존중되어야 하고, 인간의 삶의 질도 향상되어야 한다. 복지가 늘어나는 만큼 복지의 본질인 ‘사랑’도 커져가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결론이다. 이 문제에 어떤 답을 할 수 있을까?

앞으로는 인간의 권리와 동물의 권리가 상충되고, 어떤 경우에는 사람과 반려동물 간 웃지 못할 재판 사건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오늘 아침, 고양이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다가 제일 처음 고양이와 인연을 맺었을 때가 생각났다. 그때도 먹을 것을 찾으러 왔다가 허탕치고 돌아가던 뒷모습이 쓸쓸해 보였다. 올겨울에도 쓰레기 더미에 의지해 살아가야 하는 녀석들의 삶에 마음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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