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도 여행, 꽃지해수욕장과 두산염전

안면도 꽃지해수욕장 꽃지사랑노래비
‘꽃지사랑 노래비’가 이곳이 꽃지해변임을 말해준다.

누구나 살다 보면 한번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나도 그랬다. 톱니바퀴 같은 삶의 궤도를 이탈해보고자 계획 없이 떠나온 길. 낯선 것이 주는 긴장감을 맛보고자 나선 낯선 여행이다. 낯선 것을 찾아 낯선 도로를 달려 도착한 낯선 바다, 이곳은 충남 태안 안면도이다.

‘편하게 잘 잔다’는 뜻을 가진 안면(安眠). 우리나라에서 6번째로 큰 섬인 안면도는 원래 섬이 아니었다고 하는데 세곡선의 운행을 위하여 운하를 만들다보니 섬이 되었다고 하는 믿기 힘든 이야기가 있다. 조선 인조 때의 일이다.

금방 빗방울이 떨어져도 전혀 이상할 것 같지 않은, 낮게 내려앉은 하늘 아래로 끝없이 이어진 도로를 볼륨을 한껏 올린 음악을 들으며 달리는 기분 아실랑가?

서너 시간을 달려 도착한 안면도에서 제일 큰 해수욕장이라는 꽃지해수욕장. 봄여름으로 매화, 해당화가 줄지어 피어 ‘꽃지’라 불리게 된 해변이다. 화지(花地)라고도 하지만 요즘은 꽃지로만 불리고 있다. 꽃지해수욕장, 화지해수욕장… 아무래도 꽃지해수욕장이 나은 듯하다.

밀려오고 나가기를 반복하는 파도는 여느 바다와 다를 바 없지만 서해바다는 짐작대로 누이처럼 순한 얼굴을 하고 있다. 저 바다도 성을 낼까? 성을 내면 얼마나 무서울까?

안면도 꽃지해수욕장 할미할아비바위
찾는 사람이 없는 여름바다는 황량한데 할미할아비바위가 나를 반겨주었다.

저 앞에 가슴 아픈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할미할아비바위’가 보인다. 알아본 바로는 할미의 이름은 미도, 할아비의 이름은 승언으로 둘은 금슬 좋은 부부였다고 한다.

전설에 의하면 승언은 장보고 휘하 장군이었는데, 어느 날 장보고의 명을 받아 승언이 사랑하는 아내 미도와 헤어져 군선을 몰고 북쪽으로 떠나게 되었다. 미도부인은 여러 달이 지나도록 남편 승언이 소식도 없고 돌아오지 않자 이 바위에서 수십 년을 기다리다 그대로 죽었고 사람들은 그 바위를 할미바위라 하였다.

어느 날 폭풍우가 휘몰아치고 하늘이 쪼개지는 듯 천둥소리가 들리더니 할미바위 앞에 큰 바위가 솟아올랐다. 사람들은 새롭게 생겨난 바위를 할아비 바위라 불렀고, 그 둘을 ‘할미할아비바위’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할미할아비바위’에 얽힌 전설인데, 이것이 세월이 흐르면서 승언 장군은 사공으로, 미도부인은 남편을 기다리는 사공 부인으로 각색되어 이야기가 이어져 오고 있다. 세월 따라 전설은 이렇게 약간씩 변하기도 한다.

운이 좋으면 두 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일몰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시간이 허락치 않아 그 장면은 보지 못했다.

안면도 염전
안면도는 국내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천일염 생산지이다.
안면도 염전창고
염전창고는 이런 모양을 하고 있다.

기왕 서해안에 왔으니 소금밭을 봐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초심대로 낯선 길로 차를 몰았다. 꽃지해수욕장에서 남쪽으로 조금 나오니 소금밭이 보였다. 밭에서 소금을 캐다니. 역시 우리 조상님들은 위대하다.

그런데 이곳에 함초가 있을까? 함초는 이런 곳에 있다고 했는데. 보배로운 눈이여, 나에게 함초를 보여다오. 함초가 무엇인지 궁금하면 이 글을 참고하면 된다.

약이 되는 식품〈22〉 함초, 변비를 없애고 숙변을 제거하는 소금 풀 함초의 효능

주변을 둘러보니 함초가 보인다. 역시 내 눈은 보배다. 원래 길을 나섰던 목적을 잊어버린 채 함초를 한가득 채취했다. 언젠가부터 꽃보다 열매에 관심을 쏟게 되었는데 모처럼 서해안에 와서도 함초 타령이다.

벽에 똥칠 할 때까지 살 것도 아니면서 이 무슨 주책인지. 함초를 뜯을 때는 모르고 있다가 차에 싣고 나니 함초를 보고 허둥거렸던 내 모습이 살짝 부끄러워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떠나올 때의 멜랑꼴리했던 마음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까짓 소도 먹지 않는 풀을 가지고 희희낙락하는 모습이라니, 악세레다를 밟고 있는 발에 힘이 잔뜩 들어간 것이 여행의 효능인지 함초의 효능인지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이렇게 간간이 궤도이탈을 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는 거. 익숙함은 매너리즘을 낳는다. 괜히 허덕대지 말고 나처럼 훌쩍 다녀오시라.

한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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