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먹었던 파전은 동래파전인가 부산파전인가 그냥 파전인가

동래파전
천설에서 먹었던 파전.

춘천닭갈비, 전주비빔밥, 봉계한우, 충무김밥, 제주흑돼지, 밀양돼지국밥, 동래파전··· 이 음식목록들은 우리나라의 유명한 토속음식이자 앞으로 내가 먹어봐야 할 음식들이다.

전에 실토한바 있지만 나는 미식가(美食家)가 아니라 미식가(未食家, 이하 미식가는 美食家를 뜻함)이다. 음식을 즐기지 않는 편이라 어쩌다 외식을 하게 되면 음식의 맛보다 그 곳의 분위기를 먼저 살피는 편이다. 분위기가 나하고 맞으면 단골이 되는 거고 그렇지 않으면 일회성으로 그친다.

그러한 내가 요즘 약간 달라졌다. 덕구일보에서 음식에 관한 것을 다뤄볼 생각이다. 그러니 이제 이것저것 많이 먹어봐야 한다. 그래서 이것저것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먹다보니 혀의 감각이 예민해지면서 미식가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미식가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인가 보다.

그래서 앞으로는 유명하다는 음식들을 다 먹어볼 생각인데, 가급적이면 해당음식의 발생지 내지는 그 음식으로 유명한 지역으로 직접 찾아가 맛보려고 한다. 어쩌면 피자 먹으러 이탈리아에 갈지도 모르겠다. 음식도 먹어보고 여행기도 적을 수 있으니, 꿩 먹고 알 먹고, 도랑치고 가재 잡는 일석이조다.

어쨌건 우선은 우리나라 음식과 여행지이다. 탐방에 협조하거나 동참하실 분은 연락하시라. 괜찮은 블로그를 운영하는 블로거들과 동행취재도 환영이다(남의 글을 짜집기 하는 잡job 블로그는 같이 어울리기 쪽팔리니 사절).

하여간 그렇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오늘 소개할 음식은 ‘파전’이다. 들어는 봤나? 그 이름도 유명한 동래파전!

내가 파전을 먹게 된 경위는 ‘범어사 언저리 천설(天雪)에서 먹었던 국수’을 참고하면 된다. 내용에도 나오지만 그때 나는 국수 외에 파전도 먹었다. 10년 만에 가서 딸랑 국수만 먹고 나오기 섭섭했기 때문에.

파전이란 [파+전]인데, 고백하지만 사실 나는 어릴 때부터 파를 좋아하지 않아 파로 부친 전을 잘 먹지 않았었다. 때문에 파전 대신 부추로 부친 부추전을 파전인양 먹었었는데 이번에 제대로 파전을 먹었다.

파를 싫어할뿐더러 파전을 먹어볼 기회도 그리 많지 않았으므로 파전을 어떻게 만드는지 파전의 맛은 어떤지 잘 모르다가 이번에 파전을 먹으면서 파전의 맛이나 모양을 제대로 알게 되었다.

내가 먹었던 파전의 맛이나 모양을 논하기 전에, 먼저 동래파전의 발생지 동래를 소개하는 것이 동래파전에 대한 예의라 생각된다.

동래파전은 부산의 동래지역에서 부쳐 먹었던 고유의 향토음식이다, 원래 부산과 동래는 별개의 행정단위로 동래가 훨씬 큰 곳이었다. 동래는 부사(府使)가 다스리던 큰 곳이었고, 부산은 첨사(僉使)가 근무했던 요즘의 해군기지쯤 되는 곳이었다.

임진왜란 때 이름을 떨친 송상현이 동래 부사였다. 세월이 흐르면서 부산의 점점 덩치가 커지면서 동래를 흡수해버려 오늘날 동래는 부산의 일개 구(區)가 되고 말았다.

동래파전은 조선시대부터 만들어 먹었던 것으로 역사서에 기록되어 있는데, 어느 왕인지는 모르겠으나 왕들이 잘 먹었다고 하고, 동래시장을 드나들던 상인들이 먹기 시작하면서 그 이름이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다른 파전은 모르겠지만 동래파전은 쪽파가 주 재료이다. 반죽도 밀가루반죽이 아니라 찹쌀을 섞은 반죽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일반 파전을 모르니 비교는 어려우나 동래파전은 수분을 많이 머금고 있어 바싹한 느낌은 없고 축축 늘어지는 특징이 있다.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본시 전(煎)이란 찜과는 달리 음식을 익힐 때 뚜껑을 덮지 않고 조리를 한다. 나는 그렇게 알고 있다. 파전도 전이니 그냥 프라이팬에서 조리되어 나와야 정상인 것이다.

동래파전은 가게마다 다를 수는 있겠으나 프라이팬에 뚜껑을 덮어 내용물을 익히는데 그럼 이게 전인가 찜인가 하는 고민을 안겨준다. 전을 부치면서 프라이팬에 뚜껑을 덮는 이유는 동래파전이 일반 파전과 달리 그 두터움이 남달라 뚜껑을 덮지 않으면 익지 않아서 그렇다고 한다.

신기한 것은 파를 잘 먹지 못하는 내가 그날은 아주 맛있게 파전을 먹었다는 것이다. 시장이란 반찬이 좋았는지 아니면 추억 속에서 헤매느라 미각에 이상이 왔는지 모르겠으나 난 파전 한판을 홀로 먹었다.

그런데 아직도 풀리지 않는 궁금한 점은 그날 내가 먹었던 파전이 동래파전인지 부산파전인지 아님 이도저도 아닌 그냥 파전인지 잘 모르겠다는 점이다. 천설(天雪)이 부산에 있고 내가 천설에서 파전을 먹었으니 부산파전인 것은 분명하겠지만, 프리미엄 파전인 동래파전을 먹었던 것인지 아니면 부산에서 파는 일반 파전을 먹었던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참고로 알아두어야 할 것은 동래에서 파는 파전이 모두 동래파전은 아니라는 것이다. 춘천닭갈비나 전주비빔밥을 굳이 춘천이나 전주가 아닌 곳에서도 먹을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내가 우리나라에서 2번째로 맛있는-개인마다 입맛이 다르므로 1번째라고 말은 못 하는- 닭갈비집을 아는데 그 닭갈비집은 춘천이 아니라 가평에 있다. 입이 짧은 내가 먹어보고 맛이 있었으면 정말 맛이 좋은 거다. 언제 또 한 번 먹으러 가야겠다.

하여간 그날 나는 분명히 파전을 먹었다. 그때 내가 천설에서 먹었던 파전이 동래파전이 아닐 공산이 크다. 그렇지만 나는 동래파전을 먹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한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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