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자 작가 포토에세이(10) 보이지 않아도 있는 것들

안개 낀 미시령
《보이지 않아도 있는 것들 1》 안개 낀 미시령 ⓒ정현옥

“까똑~”
속초에 사는 친구에게서 사진 한 장이 왔습니다.

“좋지?”

사진이 좋다는 건지, 지금 내 형편이 좋으냐고 묻는 건지 애매한 “좋지?”라는 두 글자와 함께 보내온 사진. 저는 한참을 들여다봤습니다. 뭘 찍은 건지 모르겠는데 왠지 마음이 가는 사진이었습니다.

사실 사진인지 그림인지조차 명확히 구별이 안 되는 사진 한 장을 보고 있는데 불현듯 사진의 제목으로 어울릴 만한 생각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보이지 않아도 있는 것들’

“버스타고 서울에서 속초 내려오는 길에 안개가 멋있어서 찍어 본거야. 흐리고 안개비가 오는 미시령. 여기는 왜 가끔씩 멋있을 때가 많잖아.”

“무얼 찍은 거야?”하고 묻는 내게 친구가 전화로 해준 답입니다.

“먼저 간 친구가 양평 무궁화공원에 있거든, 청하를 좋아했던 친구라 한 병 주고 왔지. 오는 길에 안개 낀 미시령이 눈에 들어오더군.”

친구의 말을 듣고 다시 사진을 보니, 보고 싶은 것들이 사진 안에 있더군요.

보이지 않아도 있는 것들.
보고 있어도 보이지 않는 것들.

안개 낀 미시령
《보이지 않아도 있는 것들 2》 안개 낀 미시령 ⓒ정현옥

보이지 않아도 있고, 보고 있어도 보이지 않는 것 중에는 사랑도 있습니다. ‘사랑’ 이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달콤해요”하는 말과 함께 달뜬 표정을 짓는 당신은 지금 사랑에 빠져 있군요.

“아파요”하는 말이 먼저 나오고 명치끝이 쩌릿쩌릿 시리게 저려오는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지 얼마 안 된 분이시네요.

매일 매일 꽃길을 걷는 분도 있을 거고, 실연의 아픔으로 죽고 싶다 생각하시는 분도 있으실 겁니다.

“Love is merely madness”
“사랑은 미친 짓이다”

셰익스피어가 한 말입니다. 사랑에 빠졌기때문에 미친 것일까요, 미쳤기 때문에 사랑에 빠진 것일까요?

굳이 셰익스피어의 말이 아니더라도 사랑을 하게 되면 시작점부터 끝점까지 솜사탕처럼 달달하고 초콜릿처럼 달콤하기만 하면 참 좋을 텐데, 이 사랑이란 것이 그리 만만치가 않습니다.

동전의 양면처럼 달콤함 뒤에는 레몬처럼 시기도 하고, 명약처럼 쓰기도 하니, 사랑하고 있다고 그저 맥 놓고 좋아만 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보이지 않아도 있고,
보고 있어도 보이지 않는,
사랑.

설레고 좋은 만큼 아픔도 고통도 큰 사랑. 이 세상에 거저 얻는 건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사랑, 그놈 참 어렵습니다.

김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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