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농법 따라 하기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최도현 님
직장인이면서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최도현 님은 직장일과 농사를 병행하는 것이 힘들지만 풀들과의 대화가 좋아 즐거운 마음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올해 농사가 마무리되었다. 가뭄과 태풍도 수차례 있었지만 큰 피해가 없어서 감사하다. 나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규모의 농사를 짓고 있는 직장인이다. 두 가지 일을 겸한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논밭 일이 오히려 쉼이 되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있다.

시골에서 자란 탓에 부모님의 농사일을 거들긴 했지만 직접 해보니 곁눈으로 배운 것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파종이나 모종, 수확 시기도 몰랐고, 저장방법도 잘 몰라서 수확물을 많이 버리기도 했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도움을 구하면서 배워갔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도 다리가 불편하신지라, 퇴근 후에는 밭에서 거의 혼자 일을 해야 했다.

농사 초기에는 다른 사람들처럼 화학비료 주고, 제초제를 뿌리고, 살충제도 뿌렸다. 제초제를 뿌리면 풀들이 누렇게 변하여 마치 황무지를 보는 것처럼 흉했고, 살충제를 뿌리면 꿀벌, 무당벌레가 혼비백산 달아나거나 땅에 힘없이 떨어졌다. 그런 모습을 보니 “아,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풀 매기가 힘들긴 하지만 농사를 도와주는 일꾼까지 죽일 수는 없었다.

그러던 중에 태평농법을 알게 되어 3년 이상을 따라 했다. 이 농법은 작물의 작부제계(作付體系)를 이용하여 풀 관리나 병충해 방제를 하는 것인데, 마늘과 상추, 양파와 시금치, 감자와 콩, 고구마와 참깨를 함께 재배함으로써 효과를 얻는 방법이다.

태평농법으로 벼농사를 하려다 재미있는 일도 있었다. 어느 해, 논에 볍씨를 뿌렸더니 비둘기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내려와 볍씨를 다 주워 먹는 바람에 파종을 세 번이나 했다. 안 되겠다 싶어 종묘상에서 대형 그물을 사다가 위를 덮어버렸다. 하지만 결국은 모내기로 마무리를 하고 말았다. 동네 사람들은 그런 농사는 안 된다고 비아냥거리곤 했다.

몇 년이 지났을까, 우연한 기회에 자연농법을 알고 더욱 힘을 얻어 농사를 지어오고 있다. 자연농법은 무(無)경운, 무(無)비료, 무(無)농약의 방법이다. 이 농법을 통해서 풀의 존재가치를 발견하고부터는 풀은 잡초가 아니라고 누구에게나 감히 말하고 있다. 나는 완전한 자연농법의 실천자는 아니지만 최대한 따라가려고 노력한다.

내가 꿈꾸는 밭이 있다. 농작물 수확만이 목적이 아니라 밭에 오르면 각기 다른 풀들과 일일이 마주하고 대화하며 힐링(healing)이 되는, 그런 공간을 마련하고픈 것이다.

첫째, 상생과 조화로 밭에 사는 생명체들이 서로 어우러지는 밭이었으면 좋겠다.
태평농법을 만든 이영문 씨는 ‘사람이 주인이라고 누가 그래요?’라는 책을 펴냈다. 나는 이 말에 동의한다. 땅의 등기상 주인은 사람이지만 그 땅에는 지금까지 대대손손 살아온 새, 풀, 벌, 나비, 각종 벌레를 비롯하여 숱한 미생물들이 살고 있다.

그런데 사람이 원하는 농작물 하나를 얻기 위하여 수많은 토박이 생명체들이 희생되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이기적이고 고약하다고 생각한다. 꿀벌이 꿀을 따고, 새와 나비들이 날고, 풀들이 깊게 뿌리를 내리고, 철 따라 각종 나물들, 약초들이 자라고 새들도 날아들어 서로 어우러져 사는 곳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둘째, 각종 나물들을 채취하여 먹을 수 있어서 좋다.
제초제를 뿌리지 않으면 때마다 나물을 풍성히 먹을 수 있다. 이른 봄부터 냉이, 달래, 쑥, 민들레, 가새씀바귀, 망초, 지칭개, 명아주 등. 우리나라 밭 잡초가 400종이나 된다고 하니 가히 얼마나 많은가.

이들은 먹기에도 좋을 뿐 아니라 약초의 효능도 많이 있다. 나물들을 잘 먹으려면 풀 관리를 잘 해야 되는데, 풀에 대한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풀은 싸워야 할 대상이 아니다. 이른바 ‘풀과의 전쟁선포’ 식으로 할 게 못 된다.

나의 방법은 손자병법에 나오는 ‘이이제이’전법이다. 풀로 다른 풀을 물리치는 것이다. 풀을 제거하면 그 자리에 곧 풀이 나오기 때문에 관리를 적당히 하여 풀이 자라는 것을 억제하고 그 풀을 낫으로 베어 땅을 덮으면 매우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셋째, 풀이 땅을 기경¹해서 좋다.
트랙터나 관리기로 갈아엎어도 20~30센티 정도의 깊이 밖에 갈 수 없다. 더군다나 매년 경운을 하다 보니 기계의 무게로 다져지고 또한 비료의 잔류물이 쌓여 형성된 경반층²은 작물의 뿌리가 뚫고 내려갈 수 없다.

그러나 어떤 풀은 50센티까지도 뚫고 내려가서 땅심³을 좋게 한다. 지상의 영양분이 뿌리로 내려오고, 주변에는 각종 미생물이 번식하여 땅을 부드럽고 기름지게 한다.

올해는 풀 관리를 하면서 명아주 나물 맛을 알게 되었다. 어린 순을 따서 무쳐 먹으니 마치 시금치보다도 더 단 시금치 맛이었다. 그리고 아내가 끓여준 국이 시래기국 인줄 알고 이틀 동안 맛있게 먹었는데 그게 망초대 국이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모든 식재료를 자연산으로 찾으면서 왜 자연산 나물을 먹을 수 있는 기회는 모두 없애버리는지 아이러니하다. 가꾸지 않아도 풍성하게 얻을 수 있는 먹거리가 밭에 널렸는데도 왜 모를까? 어떤 때는 이런 생각도 해본다. 농작물을 심지 말고 나물들을 사시사철 캐어다 먹어볼까? 내년에는 어떤 나물들을 먹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농사’ 관련 글]
아보카도 씨앗 발아시켜 키우기
베란다 텃밭 만들기


1_기경(起耕): 논밭을 갈거나 묵힌 땅이나 생땅을 일구어 논밭을 만드는 것.

2_ 경반층(耕盤層): 경운기나 트랙터 등을 이용하여 동일한 깊이로 계속 경운할 때, 장비의 압력으로 인하여 경지의 바닥부에 형성되는 굳은 토층. 수 밀리미터 깊이로 많은 철이 집적되어 있으며, 물과 양분의 이동이 불량한 특성이 있다.

3_땅심: 농작물을 길러 낼 수 있는 땅의 힘.

최도현

직장인 겸 농부.
풀들과의 대화를 꿈꾸는 평범한 소시민입니다.

Latest posts by 최도현 (see all)

Copyright ⓒ 덕구일보. All rights reserved.
덕구일보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습니다. 출처를 밝히고 링크하는 조건으로 기사 내용을 이용할 수 있으나, 전재 및 각색 후 (재)배포는 금합니다. 아래 공유버튼을 이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