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그리고 도배 공사장의 천도복숭아

토마토

나는 야채를 즐겨먹지 않는다. 그렇다고 육식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과일은 즐기는 편이다. 과일 한 상자를 갖다놓으면 일주일도 되지 않아 다 먹는 편이다. 그런 내가 유달리 싫어하는 것은 토마토이다.

나는 토마토를 과일로 알고 있었는데 토마토는 과일이 아닌 야채라고 한다. 물론 그전까지는 토마토가 과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우둔의 소치 아니면 지식의 결핍일 것이다.

나는 젊은 시절 이일저일 기술이 될 만한 일을 찾아다니곤 하였다. 그러다가 우연찮게 발견한 것이 도배기술이었다. 그래서 대전에 있는 한 도배학원에 수강을 하러갔다. 초보자인 나를 써주는 곳이 없을 테니 도배학원에서 도배를 배우다보면 기술자도 되고, 일거리도 소개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도배학원에 액자로 붙어 있는 ‘처음에는 미미하나 뒤에는 창대하리라’라는 글에서 힘을 얻어 도배학원에 등록하고 2주 간 교육을 받았다. 원장님은 왼손이 구부러져있었는데 사고로 구부러진 다음 먹고 살길을 찾다 도배를 하게 되었고 벌이가 괜찮다며 나에게 체구가 딱 도배에 어울린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는 처음 해보는 기술인지라 성심성의껏 도배를 배웠다.

학원에서 수련과정을 거치고 대전 경성큰마을 공사하는 곳에 월급을 받으며 시다노릇을 하라는 원장님의 소개를 받고 대전큰마을 공사장에서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일하게 되었다. 나는 도배를 할 줄 알았는데 시다는 시다인 모양이었다.

처음 한 일이 재단된 도배지를 각층에 배달하는 일이었다. 그래도 기술자가 된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 열심히 날라다 주었다. 점심은 밖에서 식당밥을 먹었는데 그렇게 두 달간 따라다녔다. 물론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열심히 일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두 달간의 도배공사가 끝난 후 업자는 우리 모두에게 저녁식사를 내겠다며 집으로 초대했다. 내가 그래도 열심히 했는지 업자는 나에게 다음 공사장에 함께 가자는 제안을 하였다. 현장이 대전인줄 알았는데 진해로 간다는 것이었다. 거기서 이야기를 들으니 도배는 한 업자 밑에서 배워야하고 업자는 한 지방이 아닌 전국을 돌아다니며 도배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부인과 떨어지기도 싫었고 아이들도 어리다는 이유로 못 따라붙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나 혼자 떨어져 나왔다. 그리고 다시 도배학원에 재취업을 신청하였다. 그런데 대전 공사는 없고 천안에 공사가 있으니 카풀로 출퇴근을 하라는 것이었다. 마지못해 승낙하고 천안으로 향하였다.

천안은 몇 번 가보았지만 공사일로 가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점심을 먹으면서도 카풀한 분이 저녁에 그냥 가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을 하며 정신없이 일을 하였다. 그러다보니 저녁6시가 넘어가있었다. 시간이 삼십분이나 넘어서 나는 업자에게 대전에서 카풀로 왔으니 함께 대전으로 갔다가 내일 다시 나오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그 업자는 카풀한분은 이미 대전으로 출발하였고 공사장 한곳에 잠자리가 있으니 거기서 오늘은 자고 내일 일하라는 것이었다.

나는 기가 막혀 성질을 내려다 참고 잠자리로 일단 가보았다. 아직 공사 중인 아파트 한방에 스티로폼이 깔려있고 더러워진 담요가 널려 있었다. 일단 오늘 저녁은 여기서 자면서 내일 다시 한 번 할 것인지 안 할 것인지를 생각해보기로 하고 담배를 한대 물었다. 순간 긴장이 풀리면서 배가 고파오기 시작하였다. 생각해보니 저녁도 못 얻어먹은 것이었다.

업자에게 밥은 어디서 먹으면 되는지 물으려고 가보니 업자도 사라지고 어두운 아파트 공사장에 나 혼자 남아있는 것이었다. 무서운 것은 둘째 치고 화도 나고 배도 고프고 상황이 말이 아니었다. 그래서 요기나 하려고 아파트 공사장 밖으로 나오니 조그마한 가게가 하나 보였다.

주머니에는 대전 갈 차비 빼고 천원이 있었다. 그때 보인 것이 토마토였다. 천원에 여덟 개 준다는 아주머니 말에 토마토를 사서 한입 베어 무니 꿀맛이 따로 없었다. 이건 마치 천도복숭아를 먹는 맛이었다. 여덟 개를 먹고 나니 속이 싹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맛있는 토마토는 처음이었다. 그때 원효대사님이 해골 물을 먹고 이 맛이 달기수라고 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물론 다음날 나는 대전으로 내려 왔다.

토마토의 효능, 토마토가 빨갛게 익으면 의사 얼굴이 파랗게 된다

오늘도 과일 상점을 지나다보니 탐스런 토마토가 보인다. 토마토 하나를 사서 입에 무니 그때의 맛은 없고 먹을 맛이 안 났다. 그때의 천도복숭아는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 다시 한 번 미소를 띠어본다. 달기수와 천도복숭아를···

김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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