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도현의 전원일기(5) 진달래 꽃지짐에서 얻은 행복

진달래
진달래는 거담작용, 기침, 여성 질환, 통증 완화, 고혈압 예방 등에 효험이 있다.

바야흐로 꽃 피는 계절이다. 곳곳마다 목련, 개나리, 진달래, 벚꽃 등이 어우러져 상춘객을 설레게 한다.

방송과 스마트폰 알림은 연일 코로나-19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라고 안내하지만 사람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삼삼오오 꽃구경에 나선다. 꽃이 제아무리 활짝 피어도 꽃 중의 꽃이라는 ‘사람 꽃’과 어우러지지 않으면 그 멋들어진 풍광도 빛을 잃는 것 같다.

작년부터 벼르던 진달래 꽃지짐을 해서 먹어볼까 하는 마음으로 동네 산에 올랐다. 가는 길에 달래를 캐서 비닐봉지에 담았다. 혹시나 해서 챙겨간 호미가 요긴하게 쓰였다.

산등성에서 바라본 동네 전경은 예나 지금이나 평화롭기만 하다. 달라졌다면 신도시가 들어서는 바람에 도로가 바뀌고 차가 많아지고 아파트가 저 멀리 보인다는 점이다.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 진달래가 많이 피어있던 곳으로 갔다. 그런데 그곳에는 산 약초를 재배하는 사람이 울타리를 길게 쳐놓아서 들어갈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군데군데 핀 진달래를 찾아서 꽃을 땄다.

아직 나무에 잎이 피기 전인지라 홀로 핀 진달래꽃은 연분홍 곱디고운 자태를 작은 나무 사이로 숨기고 있었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이 생각났다. 곱고도 연한 이 꽃잎을 밟고 가라는 시인의 결연한 마음은 과연 어떠한 사랑일까.

나는 생각에 잠기며 꽃잎을 입에 넣었다가 미안한 마음이 들어 우물우물 삼켰다. 녹아 없어지는 꽃잎으로 옅은 향이 느껴졌다.

꽃을 따고 난 후 동네를 한 바퀴 돌아서 오랜만에 잘 가지 않던 쪽으로 집에 왔다. 내가 나고 자란 동네지만 예전과 달리 사람들과 내왕이 거의 없다 보니 사람도 풍경도 낯설다.

집에 와서 꽃지짐 조리법을 찾아보았다. 준비할 재료는 찹쌀가루, 소금, 설탕, 꿀이 전부다. 찹쌀가루가 없어서 아내에게 사달라고 부탁하고는 꽃잎을 씻고 다듬었다.

꼭지를 살짝 따는 것으로 꽃술을 쉽게 제거할 수 있었다. 마침 딸기가 눈에 띄어서 넣어보기로 생각했다. 믹서기 사용은 별로여서 손으로 으깨 반죽을 했다. 그런데 이게 잘못된 선택이 될 줄이야.

찹쌀가루에 물을 적당히 부어가며 반죽을 했다. 그 후에 나의 독창성(?)에 감탄하면서 딸기를 으깨어 넣었는데 반죽이 너무 질게 되었다. 딸기에서 나오는 수분량을 계산에 넣지 않은 것이다. 쌀가루를 더 넣어보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고 말았다.

30분 정도 숙성을 시킨 후에 굽기 시작했다. 반죽이 너무 질어 모양을 잡기 힘들었으나 큰 아이 도움으로 겨우겨우 모양을 잡을 수 있었다.

애초 생각은 진달래 꽃잎이 예쁘게 자리한 꽃지짐이었다. 하지만 꽃잎은 불에 녹아져 형태가 잘 보이지 않게 되었다. 게다가 맛을 보니 딸기 지짐이라고 해야 할 정도로 딸기향이 더 강했다.

어쩔 수 없이 향기 한 가지만 선택해야 했는데 인생살이처럼 하나의 목표를 꾸준히 추구하지 않는 우둔함을 보는 것 같았다.

그렇게 꾸역꾸역 만든 꽃지짐은 가족에게 다 팔렸다. 다른 사람이 해 준 음식은 다 맛있는 법인지 남기지 않고 먹어주니 감사할 수밖에.

나는 요리를 잘하지도 못하면서 늘 조리법을 무시하고 독특한 방법으로 음식을 만들려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흡사 예술품을 창작하는 자세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언제나 처참해서 이번 도전에서도 결과는 좋지 못했다. 그렇지만 오랜만에 산에도 오르고 건강에도 좋은 음식을 먹어서 기분 좋은 하루였다.

자연은 인간에게 마음을 비우라고 하고 멋과 여유를 준다. 게다가 지천에 널린 작은 행복까지도 담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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