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의 역작, 마이클 코넬리 – 시인 ; 자살노트를 쓰는 살인자

마이클 코넬리 - 시인

“나는 죽음 담당이다.”

시작부터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마이클 코넬리(Michael Connelly)의 시인(The Poet). 작가는 소설에서 첫 문장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프로중의 프로가 분명하다. 작품의 상업적 승패 여부를 가늠하는 부분이 도입부인데 마이클 코넬리는 이 부분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무려 607쪽짜리 책을 읽어줄 독자에게 선택되는 일이니 첫 문장을 두고 얼마나 심사숙고했을지 짐작이 된다.

‘나’로 등장하는 주인공 잭 매커보이는 덴버에서 발행하는 지역신문 ‘로키 마운틴 뉴스’의 사회부 기자로 살인사건만을 전담하는 기자다. 어느 날 덴버 경찰국 형사 두 명이 찾아와 그의 형이 죽었다고 알리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션 매커보이는 잭 매커보이의 쌍둥이 형이자 덴버 경찰국의 대인범죄를 담당하는 부서 CAPs의 팀장인 형사이다. 그 쌍둥이 형이 애드거 앨런 포의 시(詩) 한 구절을 유언으로 남기고 자살했다.

공간을 넘고, 시간을 넘어

아무리 생각해도 형의 자살을 믿을 수 없었던 잭은 형이 남긴 “공간을 넘고, 시간을 넘어”라는 문장이 애드거 앨런 포의 시 ‘꿈의 나라’에 나오는 구절이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형이 이 문장을 남긴 이유를 알 수 없다.

형의 자살에 의문을 품고 있던 잭은 어느 날 신문을 읽다가 시카고 경찰국의 존 브룩스라는 형사가 애드거 앨런 포의 시를 남기고 자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두 사건에서 묘한 공통점을 느낀 잭은 이 사건들이 한 사람에 의해 저질러진 살인사건임을 확신하고 진실을 알아내리라 결심한다.

▷창백한 문을 지나 – ‘귀신 붙은 궁전’
▷나쁜 천사들이 내게 출몰한다 – ‘꿈의 나라’
▷슬프지만 나는 힘을 다 베였다 – ‘애니에게’
▷주님, 저의 가엾은 영혼을 돌봐주십시오 – 포가 마지막 남긴 말
▷삶이라는 열병이 마침내 정복되었다 – ‘애니에게’

살인사건을 담당하는 경찰 가운데 애드거 앨런 포의 시를 유언으로 남기고 자살한 사건을 조사하던 잭은 ‘자살로 위장된 경찰관 살인사건’이 전국적으로 다섯 건이 더 있음을 밝혀낸다. 이 일이 계기가 되어 자살로 종결되었던 사건들을 FBI가 나서서 재수사를 하게 되고, 잭 매커보이는 이 정보를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FBI 수사팀에 합류한다.

특수요원 밥 배커스를 팀장으로 하는 FBI 수사팀은 이 사건의 범인에게 ‘시인’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전면적인 수사를 개시한다. 한편 수사팀에 합류한 잭 매커보이는 수사팀에서 자신의 보모역할을 하는 레이첼 월링에게 마음을 빼앗기는데······.

엎어치기, 메치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마이클 코넬리의 ‘시인’은 가히 추리소설의 걸작이라 할 만하다. 아무래도 추리소설에서는 반전이 있으면 읽는 맛이 배가 되는 법,  ‘시인’은 반전 소설의 백미(白眉)다.

‘시인’은 마이클 코넬리가 1996년 발표한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2009년 랜덤하우스(RHK)에서 출간했는데, 2008년 출간한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와 함께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등골이 오싹한 작품을 읽고 싶다면 마이클 코넬리의 ‘시인’을 추천한다. 대신 607쪽에 달하는 방대한 양이니 시간을 뺏길 각오는 해야한다.

한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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